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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 2018-09-06 01:27:15  |  Hit - 1760  
부산한 500주년 지난 1년

라은성 교수(총신대학교, 역사신학)
부산했던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금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겨 본다. 다음 달이면 일부 한국교회들은 어김없이 501주년 행사를 치를 것이다. 벌써 기념해달라는 초청을 받곤 한다. 종교개혁 정신이란 무엇이었나? 일부 대형교회들 중심으로, 일부 신학자들 중심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행사였다. 그것에 대한 무슨 반응이 있었나? 자세하게 조사하진 않았지만 그 대답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굳이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 정신을 되새기든 말든 한국교회는 여전히 아니 교회들은 여전히 현재의 모습을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너무 부정적인가? 냉철하게 말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성경과 역사에서 이탈되어 있으므로 대안 하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기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을 찾는데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부패하고 타락하고 곁길로 가기 때문에 언제든 고치고 수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살을 도려내고 피를 흘렸던 종교개혁자들의 후손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그 정도의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선조 덕분에 편안하게 지낼 것이라는 착각 속에 지내고 있지 않은지 염려된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그 후손이 아니라는 것이고,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사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청년부 집회에서 항상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네 나이가 몇 세냐?" "성경을 몇 회나 읽었냐?" 첫 번째 질문에는 쉽게 대답한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는 모두 망설인다. 종교개혁 정신 중 하나는 성경 중심이었는데 현대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을까? 목회 현장에서 보자! 성도들이 성경을 읽는가? 매우 부정적이다. 아니 교회 지도자들은? 성경을 읽나? 성경을 배우나? 성경을 아나? 성경의 권위 인정하나? 성경의 메시지가 뭔지 아나? 이런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성경 읽는 것이 무슨 신앙의 척도가 되느냐고 질문할 수 있고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행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실천이다. 많은 일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길이다. 실용주의도 아니고 행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종교개혁 정신은 올바른 삶을 위해 성경을 사모했다. 성경을 읽자는 것은 실천하자는 것에 근거한다. 그리스도의 제자 됨을 추구하자는 것이지 성경적 지식만을 쌓자는 것이 아니다. 성경 읽기를 게을리하는 자가 과연 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바른 삶을 사는 자가 성경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개혁 정신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성경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 나아가서 연구해야 하고 배워야 한다. 이것을 배우게 하려고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의 요약인 신앙고백서와 교리문답서를 우리에게 남겨줬다. 한국교회는 배우지 않는다. 성경만 아니라 성경의 맥을 잡을 수 있는 공부에 힘써야 한다. 배우지 않는 자는 믿는 자가 아니다! 그리스도에게 오는 자는 그분에 대해 배운다. 그분을 배우는 것과 아는 것이 곧 인생의 목적이 돼야 한다. 영생은 그분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알지 못하기에 그분을 알지 못하고, 그분을 알지 못하기에 그분의 길을 알지 못하고, 그분의 길을 알지 못하니 바른 길을 걷지 못한다. 그분을 알면 알수록 그분의 권위를 구체적인 삶에서 인정하게 된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아는 것은 하나님에 대해 아는 것에 필연적이다. 그분이 누구냐에 관심이 있는 것은 뇌에만 머물고 호기심을 가지게 하지만 그분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관심은 그분을 삶에서 체험하고 인정하게 되어 실천적 삶을 살게 한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이중 시민권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자녀만 아니라 지상의 자녀라는 사실을 주창하지만 실제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자들이 허다하다. 하나님의 나라만을 생각하고 지상의 나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 이유는 이단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두 시민권을 헷갈리고 균형을 잃는 것은 곧 그리스의 두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 역사에서 단성론이라 정죄받은 이단이다. 예를 들어 남성이면, 남자, 남편, 아들, 사회인, 교인, 아버지, 가족관계 등등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적 처세술로 삶의 요령을 배우려고 하지 말고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적 삶에 대해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 지도자들이 먼저 성경에서 말하는 경건한 삶, 경건한 정신, 경건의 훈련을 쌓아야 한다. 세속적 철학 사상에 입각하고, 유행에 찌든 상술에 매몰되지 말고 성경적 교훈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교회를 통해 배워야 한다. 배우지도 않고 실천하려고 하지도 않고 맹신으로 치닫는 자들이 많다 보니 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자도 실망하지만 실망해선 안 된다.
어차피 천국은 만원이다. 선택된 자와 유기된 자가 섞여 사는 세상이다. 그 세상이 교회를 점령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좁은 문으로 들어와 좁은 길로 걸으면서 협착한 길로 여행하는 적은 자들이 있고, 넓은 문, 넓은 길, 많은 자가 있다. 적은 자, 즉 선택된 자들이 많은 자, 즉 유기된 자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의인은 지속해서 의롭게 살 것이고, 악인은 여전히 악을 즐길 것이다. 이것이 복음의 진리이다. 세상과 교회를 비판하는 것은 경건한 자가 그들의 정체를 알고 곁길로 가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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