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바둑

Eun Ra

｜ Date - 2006-08-30 17:14:55 ｜ Hit - 8126

여름이면 사람들이 무더운 밤을 이기기 위해 거리로 나옵니다. 개울가나 아니면 강가로 앉아 여러 가지 재미있는 대화를 하거나 간단한 놀이를 즐깁니다. 깔개를 깔아놓고 눕기도 합니다.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반짝거리는 수없는 별들을 헤아려 봅니다. 별에 관련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밤 10시가 지나면 “별과 음악사이”라는 FM라디오 프로그램이 생겨나서 거리에서 그 음악을 들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방 안보다도 그래도 시원하자 않겠느냐고 여겨 밖으로 나와 앉아보지만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매연과 먼지로 요즘은 밖에 앉기도 두렵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온도 역시 콘크리트 바닥이나 건물들로 인해 방안 온도나 별 차이가 없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옛 추억이 있어 밤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식당 안에서 음식을 들지 않고 밖에 걸터앉아 고기를 구워먹곤 합니다. 분명히 옛 추억을 잊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여름 밤 풍경은 여기에서 거치지 않습니다. 아낙네들은 대화하며 재미난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남정네들은 부채를 부치면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곤 합니다. 여기저기서 기압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게임은 두 사람인데 여러 사람들이 어깨 넘어 보면서 게임을 하는 당사자의 생각을 응원하기도 하고 전략에 대해 훈수를 두곤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더 이상 훈수를 두지 말라고 거센말로 항거하기도 하죠. 희미한 백열전등 아래서 진행되는 여름밤은 정말 정답습니다. 요즘은 TV 앞에서 사람들이 드라마를 즐기든지 전자 게임을 즐긴다고 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둑을 배우거나 바둑을 두는 분들을 보면 항상 바둑알을 둘 때 멀리 내다보고 두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은 매우 공정하고 공평합니다. 항상 한 번씩 기회를 갖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차례를 언제나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런 후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상대방의 수를 보고 다음 수를 예상하며 자신의 알을 바둑판에 둡니다.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습니다. 요행이라는 것도 없는 듯 싶습니다. 자신의 책략과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바둑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끝까지 기다려야하고 상대방이 알을 던지며 포기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한 알들이 모여 큰 울타리를 형성하고 울타리는 결국 상대방의 지역을 차지합니다. 상대방도 모른 채 허를 지를 식으로 그 지역을 삼킵니다.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공정하게 상대방을 이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바둑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듯 싶습니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책략을 읽는 것이고 자신의 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힘듭니다. 이런 현상은 여러 전투들에서도 일어납니다. 옛 전투를 보면 모든 전략을 공개합니다. 특히 근대사회의 전투를 보면 한 번 상대방이 총을 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런 후 아군들이 공격합니다. 공격을 서로 주고받곤 합니다. 테러라는 말이 무서운 이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것입니다. 바둑에는 테러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공정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목회는 내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공정하고 공평해야만 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목회는 공평합니다. 당장의 결실을 맺겠다고 상대방의 지역을 삼키겠다고 또는 초전박살 식으로 바둑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목회도 그러합니다. 초전박살식의 목회 성공을 바란다면 목회자를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목회를 기업이나 경영으로 식으로 행하는 사람들은 목회를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회자는 선택받은 자가 아닙니다. 소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소명을 받은 것과 선택받은 것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선택받았다고 여기는 것은 천성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소명은 개인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것입니다. 현상적으로 볼 때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그만두는 경우를 말합니다. 선택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를 일컫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선택적이지 않고 소명입니다. 소명을 받은 사람은 바둑을 두는 식으로 태연하게 내일을 바라보면서 한 걸음씩 내딛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영적 전투에서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