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노선이 서울시 지하에는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앞으로 더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진풍경은 정말 흥미 있기도 하지만 놀랍다. 지하철을 타서 제일 먼저 직면해야만 하는 것은 서 있는 승객 없이 좌석에 앉아서 서로서로 나란히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관경은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차라리 시선을 다른 곳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잠을 청한다. 마침 읽을 것을 가졌으면 조용히 책을 끄집어내어 읽기도 한다. 아니면 셀폰(cellular phone)을 끄집어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시시닥거리거나 아니면 문자 메시지를 하면서 일에 몰두하는 척 한다. 어떤 남자 어린애들은 다리를 쩍 벌리고 앉기도 하고 어느 젊은 여자 애들은 붉은 얼굴을 한 채로 머리를 푹 숙이고 술에 젖혀 잠을 잔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불상사도 일어나기도 하는 지하철 풍경이다.
새벽에 타는 지하철은 주로 노무자들이다. 새벽에 일어나 분주하게 첫차를 타고 직장으로 향하는 분들이다. 다음에 지하철을 애용하는 승객들은 직장인들이 있다. 이들은 양복차림이거나 양장차림으로 직장으로 향한다. 그 다음으로 지하철에 승차하는 자들은 여유가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누구를 만나기 위해 그렇지 않으면 업무차 지하철을 애용하는 분들이다.
역마다 타는 사람들의 계층도 다양하다. 노선마다 승ㆍ하차하는 승객들도 제각기 다르다. 어느 역에 사람들이 많이 내리기도 하지만 어느 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타기도 한다. 그래서 안쪽으로 서기도 하고, 바깥쪽으로 서기도 하면서 자리 잡음을 확실히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리지도 못한 채로 다음 역에서 다시 역으로 되돌아가는 불행을 감수해야만 한다. 출근시간이거나 퇴근시간 아니면 막차 시간이 되면 복잡하다. 모두 피곤한 몸으로 서고 앉아서 보금자리를 향해 간다. 내일을 기약하면서.
출근시간이 다가오면 분주하게 뛰는 젊은이들이 있다. 젊은이들은 매우 바쁘다. 여름이면 젊은 여자애들은 슬립퍼를 신고 “딱딱”하는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오르고 내린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여유 있게 이 곳 저 곳을 살피면서 어리둥절하며 출구가 어딘지 어디서 승차해야하는지 한 참 헤매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기계처럼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자신이 서야하는 장소와 시각을 자로 잰 듯이 정확히 안다. 로봇처럼 동일한 거리를 매일 같이 다니기 때문에 거의 기계적이다. 그래서 심지어 지하철 계단이 몇 개인지 몇 분이 걸리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느 칸 지하철을 타거나 어느 위치에 타거나 내려야지만 다음 지하철로 환승하는데 조금이라도 주저하지 않는 것을 숙지하고 있다.
출근길이 되면 정신없이 버스에 내려서 개미처럼 지하철을 향해 나가다가 아침에 놓여있는 무료신문을 하나씩 집어 든다. 그리고 복잡한 지하철에서 읽고 팽개치고 만다. 과거에는 스포츠신문 종류들이 지하철의 문화를 이끌었다고 하면 요즈음은 아침 무료 신문들이 지하철 문화를 이끄는 듯하다.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면 다른 문화는 강아지가 무서워 꼬리를 감추는 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판에 못 박힌 삶이 지하철의 삶이다. 그리고 바쁘다. 타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분들은 정말 당황한다. 서울 지하철은 정말 개미와 같다. 땅 속으로 열심히 들어가는 개미처럼 일렬로 서서 걸어간다.
기독교인들은 매우 바쁘다. 판에 박힌 듯 한 교회의 삶을 산다. 융통성보다 지하철의 출근처럼 분주하다. 주일이 되면 평일보다 더 여유가 없다. 가족과 대화의 시간은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은 “안식 없는 주일”이라고 공공연하게 불평한다. 주일에 3-4차례의 예배를 드린다. 아이들은 아이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모임을 갖는다. 예배를 마치면,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모임이 마치면 곧 연습이 있다. 연습이 있으면 또 다시 오후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한번 간 김에 한꺼번에 일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래서 주일이 되면 기독교인들은 바쁘다. 무더운 여름에 집에 되돌아오면 짜증이 난다. 은혜를 나누는 것보다 불평하는 이야기꽃을 피울 때가 흔하다. 새로운 신자가 교회 생활하려면 한 참 걸린다. 여러 모임, 복잡한 조직체계, 여러 예배 등 감사하기보다는 정신을 빼앗긴 듯 하다. 지하철에서 출구를 찾는 어르신네처럼. 혼자 외톨이로 교회에 있는 듯 싶다. 정말 교회 생활에 적용하기라 쉽지 않다.
모두들 기계처럼 예배시간에 임한다. 헌금을 거두는 것, 찬양대에 서는 것, 기도하는 것, 봉사하는 것, 등등 모든 것이 판에 박힌 스케줄을 따라 행해진다. 예외가 없다. 정확하게 움직이고 참석하다보면 순서들이 끝난다. 마친 후 자녀들을 찾으면 이미 자녀들은 나름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거나 아니면 어디엔가에서 땀을 흘리면 열심히 놀고 있다. 가정적 주일 예배가 아니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외형적 신앙이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그 가운데 무엇을 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언제까지 25시처럼 살아가야만 하는지 궁금하다. 아니 이러한 신앙생활이 바른 것인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사회생활도 바쁘고 교회생활도 바쁘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더 중요하지 교회의 업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업무가 많다보니 삶이 너무나 삭막하다. 모두들 스트레스가 쌓이니 툭하면 남을 비난하는 말을 쉽게 한다. 여유를 갖고 교회 생활을 했으면 한다. 누구든 교회당에 와서 안식을 누리며 주님과 개인적 만남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인격적인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예배시간, 기도시간, 찬양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감성에만 의존하는 예배가 아닌.
제목｜ 지하철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