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감자탕교회이야기

Eun Ra

｜ Date - 2003-06-26 07:43:37 ｜ Hit - 4963

감자탕 교회

우리는 흔히 교회라고 하면 으리으리한 건물과 높은 천장을 생각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감자탕 교회'는 서울광염교회(담임목사 조현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커다란 감자탕집 간판에 가려 교회의 이름조차 보이지 않는 광염교회.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를 세우고 할 때 교회의 십자가와 간판은 누가 어디에서 보아도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광염교회는 교회의 이름조차 보이지 않는다.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하는 교회'라는 표어를 가지고 있는 광염교회는 성경말씀 그대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이웃의 구제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이런 광염교회의 원칙은 재정문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모든 재정의 입출금은 투명하게 공개할 것, 예산의 30% 이상은 구제선교 장학금으로 집행할 것, 절기헌금 전액은 구제비로 집행할 것, 헌금은 공급하신 하나님께 영광되게 헌금한 성도들에게는 보람되게 받는 이에게는 기쁨되게 집행할 것 등이 광염교회의 재정사용 기본원칙이다. 물론 모든 교회들이 이렇게 재정의 원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제헌금에 30%이상을 사용하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자신할 수가 없다. 많은 교회들이 30%이상의 예산을 구제선교장학금으로 드린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렇게 집행되고 있는지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교회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조현삼 목사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으로 유명하다. 연합봉사단은 지난 1995년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결성됐다. 갑작스럽게 재난을 당했던 사람들을 도우러 현장에 나와있던 광염교회의 조현삼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의 유해신 사무처장이 현장에서 만나 좀 더 효과적으로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연합봉사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서울교육대학 강당 앞에 천막을 치고 두 달 넘게 그들을 위해 수고로움과 봉사를 아끼지 않았다. 기독교연합봉사단의 진가가 드러난 것이 바로 지난해 경기북부지역과 강원도 지역, 경북 일부지역의 수해현장에서였다. 지난 해 김해지역과 강릉지역의 수해로 인해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연합봉사단은 이랜드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10억원 상당의 의류와 주방용품(5톤 트럭 25대 분량) 및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구제부 지원을 받아 전기히터를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전국 2천여 가구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봉사단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에는 아프리카 수단에 봉사단원 6명을 파송, 식수 공급사역을 했고 올해 2월에는 대구지하철화재 참사현장에 출동해 2개월간 희생자 가족에서 생필품을 제공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또 4월에는 한민족복지재단과 함께 한국기독교 이라크봉사단을 조직,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이라크에 봉사단을 급파해 긴급의료봉사 및 구호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사실 기독교연합봉사단은 광염교회만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단체와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봉사단장을 광염교회의 담임목사인 조현삼 목사가 맡고 있고 기획실장은 이석진 전도사가 맡고 있다. 이는 재난현장이 발생했을 때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긴급재난 구호현장을 달려가기 때문에 들어가는 재정은 초기에는 광염교회의 재정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참여해 명실상부한 한국교회가 모두 참여한다는 것이 교회측의 설명이다.

봉사단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로 활동하는 특성상 평소에는 휴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특성상 사무실은 따로 두지 않고 단장인 조현삼 목사가 시무하는 광염교회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상근유급직원은 한명도 없고 단장을 비롯, 모든 봉사자들이 말 그대로 자원봉사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봉사단의 사무실 유지나 단체 유지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은 봉사단 전화요금과 홈페이지 웹호스팅 비용 정도가 지출의 전부이고 이 비용은 전액 서울광염교회가 매달 지원하고 있다.

연합봉사단은 이 외에도 사랑의 과일 나누기, 사랑의 집, 장애우와 떠나는 겨울여행, 목유사(목회자 유가족을 돕는 사람들), 광염노년부, 사랑부, 평안부, 광염장학생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관심이 가는 것은 목유사다. 목유사는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소천한 목회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을 돕는 모임'으로 지난해 4월 강릉 지하에서 개척한 한 목회자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 떠난 목회자에게는 젊은 아내와 어린 세 자녀였다. 광염교회는 이들의 아픔에 같이 동참하고자 목유사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든 광염교회의 봉사활동이 그렇듯 광염교회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어딘가의 도움이 손길이 필요할 때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봉사를 하고 또 그것이 한국교회의 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광염교회의 이런 생각은 담임목사의 칼럼에서도 잘 드러난다.

광염교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조현삼 목사의 '함쳐서 100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면 "'나'는 온전할 수 없으나 '우리'는 온전할 수 있다"며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가정, 좋은 교회가 되는 비결도 이 안에 있다. 우리 각각이 100점이 되려고 하거나 100점이 되라고 하면 좋은 교회가 될 수 없다. 좋은 교회는 합해서 100점이 되려고 하는 교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조 목사는 우리 개인이 100점 맞기는 매우 힘들지만 두, 세 사람이 모여서 100점을 맞으라고 한다면 이처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합쳐서 100점 맞는 삶을 살자고 칼럼을 끝맺는다.

광염교회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양병무씨가 쓴 '감자탕 교회 이야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 전에도 많은 봉사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그 불길에 기름을 부어 준 것이 감자탕 교회 이야기 이다.

이 글을 쓴 양병무씨는 "이 교회에 온지 두달 도 안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담임목사의 열린마음과 포용력 때문"이라고 칭찬한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이 책을 내는데 있어 어떤 이야기를 써도 좋지만 단 하나의 조건만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교회나 목사를 비판하지 말고 광염교회 이야기만 쓰라는 것.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곧 모든 기독교인의 아픔이기에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녀를 대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런 부탁을 받고 양병무씨는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말한다. 기존 교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다음 그 대안으로 광염교회를 보여주려는 속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감자탕 교회 이야기에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조 목사의 칼럼에 '목사는 하나님과 성도의 종이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종'이라는 표현이 평신도 입장에서 마음에 부담이 되어 '심부름꾼'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조 목사가 이 부분을 다시 '종'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그 말을 강조하듯이 그 단어에 동그라미를 쳐놓은 것을 보며 전율하는 감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