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항 곁에서

Eun 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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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05-08-01 13:18:38 ｜ Hit - 7225

아이들은 차만 타면 잠을 잔다. 한참 앞자리에서 운전하다보면, 뒷자리의 아이들은 곤하게 잠을 잔다. 그렇게 재갈거리며 놀다가도 어느새 새근새근하게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진다. 아마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매우 지겨웠는지 차만 타면 잠을 취하기 때문에 버스나 차에서 아이들을 안고 내릴 때 쉽지 마는 않다. 아이들이 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닌다는 것은 분명히 건강하다는 것이다. 뒷자리에 앉아 앞좌석에 가려 있게 될 때 매우 지겨울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앞좌석에 앉으려고 하는 가보다.
갓난아이를 가지게 되면 대체적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옷들과 필요한 물품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 가운데 누워있는 아이들의 눈요기가 될 수 있는 장남감이나 소리 나는 장난감을 구입한다. 소리와 모양과 색깔을 통해 아이들은 집중하여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그들의 미소는 보는 이들에게 행복을 준다.
결혼 초기에는 부부의 잉꼬 사랑이 가장 돋보이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운 부부사랑으로 전환된다. 아이가 없는 가정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고들 한다. 아침에 본 후 저녁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부모들이 흔하다. 아른거리고 재롱 피우는 아이의 얼굴이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날마다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아이들이다.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이 다르다. 내일도 다를 것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네들은 재롱을 피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시곤 한다. 정말 아이들이 없는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정의 모든 기구들이 정체상태에 있지만 뛰어다니는 아이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TV에 나오는 화면만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게 된다. 모든 사물들을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을 어제나 오늘이나 아니 내일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눈을 감아도 캄캄한 밤이라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가구들이나 물건들을 방 안에 그대로 있다. 집에 들어오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편안하다. 그래서 잠자리를 바꾸어 잠을 자고나면 왠지 피곤한 가보다.
집안의 물건들 가운데 어항이 있을 것이다. 먹이를 물 위에 띄우면 입을 열면서 그 먹이를 먹는 금붕어들이다. 그들을 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잊어버린다. 특별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다고들 한다. 모든 것이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어항의 관상용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관상용 물고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생동감을 맛보게 된다. 어떤 이들은 새들을 키우거나 애완견을 키우기도 한다. 외로운 밤에 들어오면 얼굴을 발에 비비는 고양이를 보면 삶의 생동감을 느낀다. 내가 필요한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금 일어난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 정말 우리 주위에는 모든 것이 정체 상태에 있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다. 그래서 생동감을 주는 것이 있기를 원하고 그것을 정체상태에 있는 곳에 놓기를 바란다. 카페에 가서라도 창문가에 있는 이유도 지나가는 차들이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삶을 사색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기차여행을 할 때 주로 앉기를 원하는 위치가 창문가일 것이다. 창가 밖으로 보이는 전경들을 보다보면, 기나 긴 여행의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길게 늘어선 강가, 푸른 산들, 아름다운 들꽃들, 푸른 나무들, 정다운 시골 마을의 저녁상을 준비하는 가운데 피어오르는 저녁 굴뚝에서 품어 나오는 옅은 연기들,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과 아낙네들, 지게를 지거나 물 도가니를 이고 가는 농부들,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 등등을 보다보면, 어느 샌가 사색에 빠져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든 것이 혼돈 속에 있었고 캄캄 했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 가운데 세상의 모든 것을 6일 동안 창조하시면서 그 때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셨다. 어두움 속에 있는 것들이 이제 생동감 있게 생물이 움직이자 하나님은 이러한 모습을 향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보시면서 매우 즐거워하실 것이다. 마치 부모들이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우리를 유희의 도구로 보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가장 친절하고 고마운 부모로서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위하신다. 아이들을 보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하는 것보다도 더 많이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 분이 지금도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계신다. 우리의 앉고 일어섬을, 우리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는 주님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