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식사하실까요?

Eun Ra

｜ Date - 2006-03-18 09:27:11 ｜ Hit - 7298

“식사하셨어요?” “진지 드셨는지요?” 등등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숙한 인사말입니다. 어르신네들은 누구를 만나도 이와 같은 인사말을 건넬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분들의 과거 삶을 반영한다고 여깁니다. 이에 반해 서양인들은 밤 12시 지나 낮 12시까지면 언제든 누구든 만나면 “굿 모닝”(good morning)이라 하고, 낮 12시 지나면, “굿 애프터 눈”(good afternoon)이라 하며, 저녁 5시가 지나면 “굿 이브닝”(good evening)이라 합니다. 외국에서의 경험들을 들어보면, 외국인들의 초청을 받았을 때 저녁시간이 되어 아마 저녁을 주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가 저녁을 먹지 못하고 배를 굶겼던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인사말에서 빼거나 아니면 식사 초청을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고 여겨집니다. 아무튼 우리 문화에서는 식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졸업을 앞두거나 오랜만에 만난 분들을 함께 식사하자고 권합니다. 가정에 초청을 받아 가거나 구역예배를 마친 후,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가족에 대해, 그동안의 여러 일들에 대해, 현황에 대해, 그리고 여러 일들에 대해 묻고, 웃고, 대답하고, 진지하게 표정 짓고, 그리고 손을 붙잡으면서 식사자체보다도 모임과 만남을 귀하게 만듭니다.
우리 문화에서 담소를 나누어도, 중요한 의안을 다룰 때에도 식사를 하면서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간단한 음식을 하든지 아니면 진수성찬을 차리던 우리는 ‘많이 못 차렸지만 정성껏 준비했습니다’하며 음식을 내어놓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일들을 의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모였을 때에도 큰 상을 차려놓고 서로 잔을 주고받으면서 음식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정답게 담소를 나눕니다.
이 잔과 저 잔이 서로 주고받게 되면 어느 샌가 모두들 친구가 되어버립니다. 화해의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모두들 함께 즐깁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을 잊어버립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을 내어 함께 식사하면서 여러 가지 잡념들을 잊곤 합니다. 새롭게 힘을 얻어 오후 시간을 마무리하는 직장인들을 봅니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일하는 남편들과 남정네들을 위해 부인들과 여인들을 맛있는 상추삼과 밥을 준비해 논밭으로 갑니다. 큰 그늘 밑에 큰 상을 펴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면서 정성껏 준비한 잔을 하노라면 어느 샌가 힘을 얻어 새롭게 일을 합니다. 일을 하면서 못 나눈 얘기들을 정답게 나누면서 크게 웃기도 하고 크게 소리 지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식사시간이 끝내 오후의 업무에 힘을 쏟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통해 재갈거리면서 수업시간들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관해 재미있게 대화를 나눕니다. 이 반찬 저 반찬 준비하여 책상위에 펼쳐놓고 서로들 나누면 어느 새 음식을 다 먹고 커피 잔을 들고 창문가 밖을 내다보며 행인들과 자동차들을 바라보다가 잊어버린 생각들을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힘을 얻어 힘들 수업에 임하게 됩니다. 식사시간은 즐겁습니다.
예수님도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시기 전에, 십자가에 못 박하시기 전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으셨습니다.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합니다. 진지한 말씀을 주십니다. 성령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헤어질 것을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하실 것이라고 권면해 주십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말씀은 세상 죄를 위해 죽으실 것이라는 것과 자신들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을 파실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런 후, 그들의 발들을 씻으셨습니다. 그들은 모두들 당황했습니다. 스승이신 분이 제자들을 발을 씻기시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주님과의 마지막 식사를 우리는 흔히 ‘최후의 만찬’이라 부릅니다. 주님과의 식사입니다. 우리들을 그 만찬을 지금까지 행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그분이 영적으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예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만찬을 하실 것에 대한 약속입니다. 성찬에 임할 때 우리는 매우 진지합니다. 그분이 영적으로 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그 영적 임재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할 것이고, 형제자매로 지낼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오늘 식사를 한 번 초청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