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달리고 싶다.” 사회 시간에 배웠던 문구였다. 이 문장은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한다. 또 북한 주민들만 생각하면 떠오는 문구이다. 정말 그렇게 달고 싶을까? 70세 이상 부모님들은 이 의미를 완연히 알 것이다. 55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생이별을 한 듯한 느낌을 주는 문구이다. 무시무시한 표현이지만, 민족의 한이 서려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두고 온 가족들, 만나고픈 친구들, 영원히 기억되는 부모님들, 보고 싶은 고향의 향내, 언제나 다시금 가고 싶을까 하며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가끔씩 통일로를 지나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서면 늘 어르신네들이 서 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언젠가 나도 이 자리와 같은 입장에 서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두커니 하늘과 북녘 하늘과 강천을 바라보다가 아직도 끝내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서울로 향한다.
미국은 참 넓은 나라이다. 정말 큰 나라다. 시카고는 ‘레이크 미시간’ (Lake Michigan) 과 함께 붙어 있는데 그 호수의 크기는 남한의 땅이 들어가고도 남을 넓이의 큰 호수라고들 한다. 정말 크다. 바다와 같다. 더욱이 시카고가 있는 미국 땅 중부에는 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미대륙 왼쪽에는 록키산맥, 오른쪽에는 아팔레치안 산맥이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부지역은 넓고 넓은 평원으로만 형성되어 있다. 독자들은 아마 ‘늑대와 춤을’ 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해되는 곳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대륙을 횡단한다는 말이 나온다. 나는 한번 가족과 함께 시카고에서 차를 운전하면서 가족과 함께 대륙을 횡단한 적이 있다. 정말 수 십 시간 동안 운전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산이 없는 나라다. 소금이 있다는 솔레이크 시티 (Salt Lake City)를 지난 적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100 km 속력으로 직진하여 달렸는데도 온통 지평선은 하얀 소금이었다. 내린 눈인지 알고 무심코 내려서 맛을 보았는데 소금이었다. 정말 미대륙은 넓고 광활하다. 또 한 번 남부를 운전하다보면, 끝없는 사막을 만난다. 아니면 ‘로스앤젤레스’ 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이르는 사막도 마찬가지이다. 쓰러진 차들, 터진 타이어들이 도로변에 버려져 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 나에게도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며 운전한다. 정말 넓고 큰 나라다. 이렇게 넓은 대륙을 운전하다보면 가솔린 걱정이 앞선다. 사람이 사는 마을도, 주유소도, 휴게소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체적으로 있지만. 마침 차 계기판에는 앞으로 몇 마일을 더 달릴 수 있다는 표시를 해 준다. 그래서 교통 안내판을 보고 몇 마일 앞에 주유소와 휴게소가 있을 것을 견주면서 조심스럽게 운전하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 대륙 횡단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픈 마음으로 애리조나 주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인디애나 주까지 야간 운전을 무려 23시간을 하면서 집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독자들은 의아해 하겠지만 나의 마음은 달리고 싶었다. 가속이 아니라 마냥 달리고 싶었다. 멈출 때까지.
인생에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어떤 때는 눈물 어린 일들, 행복해서 혼자 좋아 미소를 감추지 못했던 일들, 죄송한 마음으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일들,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었던 아쉬운 일들, 영광의 순간들을 다시 한 번. 그래서 가진 마음은 정말 귀하고 아름다운 일들과 정의로운 일들을 피하지 말고 행하자. 무엇이 귀하고, 아름답고, 정의로운 일들인지는 차후의 일이고 직면하는 일들 중 귀중하다고 생각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후회 없이 행하자. 뒤돌아보아서 언젠가 후회할 일을 그만두고 정말 힘써 달리자. 지금의 차가 10년이 넘는 차인데 잘 달린다. 언젠가. 멈추게 되겠지만 그 때까지 차를 운전하고 싶은 마음도 나의 마음을 반영한다. 달리고 싶다. 끝까지. 멈출 때까지. 그리고 주님이 부르실 때가 언제인지 몰라도 그 때까지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힘껏 내 모든 일들을 이루면서 살고 싶다. 오늘 밤에 주님이 나를 부르실지라도 후회함이 없는지. 정말 앞으로 향해 달리고 싶다. 후회 없는 하루를 기대하며. 철마는 달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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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마는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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