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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따뜻한 고구마

Eun R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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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 2003-12-11 00:19:44  |  Hit - 6578  

   나는 가족을 미국 Chicago에 두고 혼자 살고 있는 처지 인지라 늘 타향살이를 하는 듯하다. 가족을 떠나 한국을 오게 될 때면 늘 망설일 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아내에게 미안한 감을 떨칠 수 없다. 4개월 이상을 한국에서 강의하게 되고, 2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된다. 주님이 주신 사명이라 믿기에 벌써 3년이란 세월을 이렇게 지낸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이렇게 보내야 할 텐데 . . .
   4개월 첫 달은 미국 생활에 익숙해 있다가 한국 생활에 다시금 적응하는 시간인 동시에 학기 초인지라 강의 준비와 출강하는 것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2-3개월이 되면서 강의에 몰입하게 되고 미국의 가족을 잊는 듯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의 강의 시간들을 쫓아다니다 보면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되돌아온다. 어느 때는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기도 했다. 매우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그래서 어느 새부터 모양은 없지만 구두 밑창이 sponge로 된 것을 신고 다닌다. 그렇지 않으면 11시간을 하루에 강의하는 날에는 감당하지 못한다. 식사는 건너 뛸 때가 허다하다. 저녁에 되돌아와서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리고 팽팽해진 배를 가지고 침대에 몸을 실고 곤한 육체의 피곤을 달랜다. 그리고 남은 1개월이 되면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드는 동시에 미국 가족이 나를 감싸는 날이다. 특히 11월 말이 되면 미국에서는 큰 명절인 thanksgiving day(11월 넷째 주 목요일)를 맞이한다. 그러면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우울해지는 듯하다. 가족이 생각나면 부르는 노래가 언젠가부터 나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언덕에 서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살아가는 가슴마다 햇살이 다시 떠오르네. . . .”
   학생들을 본다. 학정을 떠나는 학우들, 학기말 고사와 수십 권을 책을 읽고 제출해야하는 바쁜 시간들을 보내는 학우들, 졸업논문을 앞두고 여유를 갖지 못하고, 피곤한 모습들을 본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곤 한다.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어는 학생이 나에게 직접 삶은 고구마를 가져왔다. 따뜻하다. 나는 참 고마웠다. 선물이 고마운 것이 아니라 삶은 고구마에 담겨있는 학우의 따뜻한 마음이다. 고구마를 맛있게 먹었다. 맛있다. 특히 커피와 함께 먹을 때 그 맛은 더 없는 일미(一味)다. 또 마지막 시간까지 담고 싶은 마음으로 강의에 마음을 쏟으며 열심히 적는 원우들을 본다. 다시 볼 수 없는 얼굴들도 있다. 마음들이 무거우면서도 다시금 내일을 약속하는 눈빛으로 우리는 말을 주고받는다. 말없는 미소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나는 학기말 시험을 closed test로 하지 않고 open test로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첫 번째만 소개한다면, 역사 공부는 암기나 주입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이다. 그리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을 외워서 평가하는 것을 나는 증오한다. 시험지 한 장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수백 명을 가르치고 있는 나이지만 그런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서고 싶지 않다. 되도록 이면 책을 읽도록 권한다. 또 학기말 시험도 마찬 가지이다. 책을 읽고 요약하므로 시험을 대신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필기 역시 그러하다. 특히 open test를 칠 때에 나는 학생들 사이를 다니면서 채점을 한다. 학생들의 성실함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답들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하지만 정성과 준비가 된 성실함을 시험을 치르는 시간에 엿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전체적 평가를 하고 싶다. 숫자가 적으면 personal interview를 해서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잠재성을 보고 싶고 미래성을 알고 싶다. 역사는 이해하여 삶에 적응, 즉 올바른 역사관, 즉 해석하는데 있다. 물론 성경에 기반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남은 것은 채점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수백 권의 papers이지만 학우나 원우 각자들에게는 정말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이다. 이것을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이러한 것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 여긴다. 수백 장의 답안지를 매긴다. 객관적이기를 바라고,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답안지 이면에 숨겨진 성실함을 찾으려고 한다. 수업의 태도, 시간 엄수, 과제물 제출 등등을 고려하면서 답안지의 평가에 들어간다. 가능하다면 객관적이기를 기도하면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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